우리말을 바로 씁시다. 2006/11/11

11월 11일 빼빼로 데이군요^^.


인터넷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보면 우리말을 잘못 쓰는 걸 너무 많이 보게 됩니다.
저 역시 우리말을 잘못 쓰는 경우도 많고, 국어학자도 아니고 전공자도 아니고 국어 순화 운동가도 아니고 순우리말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렇게 때문에 저마저도 틀리다는 걸 명확히 알 수 있는 건 정말 잘못 쓰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하세염' 과 같이 유행에 따라 변하는 통신체라든지 속칭 외계어와 같이 우리말의 개념을 완전히 깨버린 말들은 별로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건 일부러 재밌으라고 쓰는 말일 뿐이죠.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예를 들어 입사지원서나 공식적인 보고서를 쓸 때에도 틀린 줄 모르고 쓰는 틀린 말들입니다. 이런 말들은 조금씩 우리말을 잠식하고 변화시켜 나갑니다.

물론 말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중에서도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여서 변해야 하는 것도 있을 것이고, 변하지 않는 편이 더 나은 것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사람마다 다 다르게 생각하겠지만요.

저는 제 기준에 맞추어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적어 보려고 합니다.



무려

(無慮)【부사】 어떤 수효를 말할 때, 그 수가 예상보다 많음을 나타내는 말.
¶ 사상자가 ∼ 수천 명에 달했다/ 물가가 한 달 새에 ∼ 두 배나 올랐다.
(민중국어사전)

많은 수를 강조하는 부사. 우리말로는 '자그마치. 영어로 치자면 as many as 입니다.
數나 量과 관계된 경우에 써야 합니다만 요즘은 '오늘 어디에 갔는데 무려 김상식씨를 만났다.' 처럼 수 개념과는 상관없이 단지 강조의 의미로 쓰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볼 수 없었던 용법인데 2,3년 사이에 부쩍 많이 보이며,
주로 우리말로 쓴 글인데 일본어를 직역한 듯한 느낌이 나는 글에서 특히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일본어투'와 직접적으로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바닦

'바닥'을 잘못 쓴 것입니다.
바닥은 아래에 있는 것인데, '바닥'이란 글자에서 아래쪽에 있는 것은 ㄱ 이고, 바닥-아래라는 '뜻'과 ㄱ의 '위치'가 절묘하게 조합되어 뜻에 의해 글자가 강조되면서 ㄱ이 ㄱㄱ으로 변했..을까요? ^^;



소희

여자 이름이 아닙니다. 소위(所謂), 즉 '이른바' 를 잘못 쓴 것입니다.
'소희 지식인이란 사람들이 어쩜 저럴 수가 있냐.' 대략 이렇게 쓰였더군요.
한자를 모르는 상태에서 문장 속에서 발음만 계속 들으면서 글자를 유추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깁니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죠. 또 하나 예를 들자면.



문안하다

'어렵지 않다'는 '무난(無難)하다' 입니다. 없을 무, 어려울 난. 정말 어려울 게 없는 한자입니다.
그런데 이 한자를 모르면서 역시 발음으로 글자를 만들다 보니
'그 사람은 성격이 문안합니다.' 처럼 아무 때나 병문안을 드리는 문장이 되어 버리죠.
하나 더 예를 들어 볼까요.



유관

有關(있을 유, 관계 관 : 관계가 있음). '유관 기관에 협조 공문을 발송하다.' 처럼 올바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肉眼(육안. 맨눈)을 유관이라고 쓰는 경우도 참 많이 봅니다.
'유관으로도 보일 만큼 밝게 빛나는 별'. 이런 식으로요.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잘못 쓰이는 우리말에도 종류가 여러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맨 위의 '무려'와 같은 경우 분명히 잘못된 용법으로 쓰고 있긴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고 점점 많은 사람들이 數 강조가 아닌 단순 강조 부사로 쓸 경우 단어의 뜻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고 봅니다. (물론 저는 '무려'의 뜻이 그렇게 안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만 이건 제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니죠.)

하지만 '문안하다'와 같은 경우는 그냥 단순히 몰라서 틀리게 쓰는 경우이고, 이건 절대 바뀔 수도 없고 바뀌어서도 안 됩니다. 이처럼 구성 한자가 뭔지를 몰라서 소리나는 대로 글자를 만드는 경우가 요즘 너무 많이 보이고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걸 줄이려면 학생들에게 한자 교육을 제대로 시켜야 합니다.
제대로 시킨다는 말은 중국 고전을 가르치라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한자어가 어떤 한자로 구성되어 있는지, 무슨 뜻을 지니는 말인지를 제대로 알려 주면 됩니다. 한자를 쓸 줄은 몰라도 됩니다.



또 시간 나는 대로 적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liquidbird

2006/11/11 11:45 2006/11/1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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